계절 사이로 네가 왔다

14

외전 1

나만 그런 게 아니었을까

외전 1의 삽화

처음에는 그저 동아리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여러 대학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동아리였으니, 특별히 한 사람만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부회장이었다.

모임을 진행할 때면 앞에 나서서 사람들을 챙겼고, 다른 회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사를 해야 했던 날에도 그가 와주었다.

큰 이사는 아니었지만, 함께 짐을 옮기고 나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짜장면을 시켰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도와준 사람들에게 밥 한 끼 사는 것.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운동회 날에는 같은 편이 아니었다.

공을 차고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내 앞을 막아섰다.

나는 달리던 속도를 멈추지 못하고 그와 부딪혔다.

넘어지고 나서 보니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 뒤로 그를 볼 때마다 조금 어색했다.

그러다 집들이를 했다.

좁은 방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왔다.

음식을 차리고 사람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도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밥 좀 더 줄래. 너무 맛있어서……”

그 말에 밥을 더 퍼주었다.

“더 먹어도 돼.”

그가 밥을 두 그릇이나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때부터였을까.

동아리 모임에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가끔 살피게 되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그랬다.

광교산에 갔던 날도 그랬다.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산을 올랐고,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장기자랑 시간이 되자 그가 앞으로 나갔다.

노래를 부르더니 춤까지 췄다.

사람들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조약돌’을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사람들이 앞뒤로 흩어져 걸었다.

나는 조금 뒤에 있었다.

그때 그가 앞에서 혼자 내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나란히 걸었다.

“너 노래 정말 잘하더라.”

“뭐, 보통이지.”

나는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산길을 내려왔다.

별것 아닌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났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몰랐다.

2학기가 시작되고 시험 기간이 가까워지면서 동아리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이 줄었다.

나도 공부를 해야 했다.

그도 보이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시험 기간이니까.

그런데 동아리 모임에 나가면 나도 모르게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게 되었다.

그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없으면 조금 아쉬웠다.

‘오늘은 안 왔나?’

그 정도였다.

왜 안 오는지 궁금했지만 누구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아마 공부하느라 바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내 공부를 했다.

그런데 가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광교산에서 나란히 걸었던 길.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던 모습.

밥을 두 그릇이나 먹던 모습.

별것 아닌 장면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 역시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말하기 어려웠다.

그저 만나면 반갑고, 보이지 않으면 조금 궁금한 사람.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중간고사가 끝난 어느 날, 동아리 모임에 갔다.

그가 없었다.

사람들 사이를 한 번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괜히 허전했다.

그리고 다음 주말.

모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너편에 앉아 있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조금 웃었다.

모임이 끝나자 그가 내게 다가왔다.

“선아.”

“어? 왔네.”

“응. 오랜만이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물었다.

“지난주에는 왜 안 나왔어?”

그가 대답했다.

“중간고사 때문에. 1학기 시험을 망쳤거든.”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래? 시험 잘 봤어?”

그런데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나도 보고 싶었어.”

나는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뭐?”

그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잠시 후 그가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아니…… 시험은 그럭저럭 봤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그래서 다른 여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 먼저 갈게.”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걸어가면서도 방금 들은 말이 계속 생각났다.

나도 보고 싶었어.

그가 정말 그렇게 말한 걸까.

아니면 내가 잘못 들은 걸까.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그동안 나만 그를 의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그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금 두근거렸다.

외전 1의 삽화

2026.10.06 발행

이 이야기는 어땠나요?

당신의 기억도 듣고 싶습니다.